14일 오전 도쿄 금융시장은 연립 정권 붕괴라는 돌발 변수에 크게 흔들렸습니다.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이 해소되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의 총리 취임을 전제로 한 ‘다카이치 트레이드’가 급격히 되돌려졌고, 여기에 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주가와 외환, 채권 시장 전반에 걸쳐 변동성이 확대되었습니다.
외환 시장: 엔화 가치 급등 후 혼조세
이날 아침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강세를 보였습니다. 오전 8시 30분 기준 달러-엔 환율은 지난 주말 대비 51엔 상승(엔화 가치 상승)한 1달러당 152엔 33~35엔에 거래되었습니다. 이는 지난 주말 공명당이 자민당과의 연립에서 이탈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다카이치 총재의 총리 선출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다카이치 총재의 ‘책임 있는 적극 재정’ 기조에 따른 재정 확장과 금리 인상 지연을 예상하며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였으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이러한 포지션을 청산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미중 갈등 격화에 대한 우려가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의 가치를 뒷받침했습니다. 이후 미 재무장관이 미중 정상회담이 여전히 열릴 것으로 본다고 발언하는 등 긴장 완화 기대감이 일부 형성되면서 엔화는 152엔대 중반으로 소폭 약세 전환하기도 했으나, 시장의 경계감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한편 엔화는 유로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여, 같은 시각 유로-엔 환율은 76엔 하락한 1유로당 176엔 19~22엔을 기록했습니다.
주식 시장: 닛케이 지수 급락, 정국 불안에 투자 심리 위축
14일 일본 주식시장은 급락세로 출발했습니다. 닛케이 평균 주가는 장중 한때 700엔 이상 하락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 해소로 인한 국내 정국 불안과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짓눌렀습니다.
지난주 일본 증시를 사상 최고치까지 밀어 올렸던 ‘다카이치 트레이드’, 즉 다카이치 총리의 재정 및 금융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이번 연립 붕괴 사태로 인해 빠르게 해소되며 매도 물량이 쏟아졌습니다. 노무라에셋매니지먼트의 이시구로 히데유키 수석 전략가는 “총리 지명 선거까지 일본 증시는 관망세가 이어지기 쉬울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성장 스토리가 명확한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관련주에는 투자 자금이 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미즈호 증권의 미우라 유타카 시니어 테크니컬 애널리스트는 “국내 정치 불안은 부정적이지만, 간밤 미국 증시가 미중 긴장 완화 기대감으로 상승한 점이 주가 지수의 낙폭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채권 시장: 금리 인상 기대 후퇴로 채권 가격 상승
채권 시장에서는 선물 가격이 상승하는 강세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지난 주말 미국 장기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 흐름을 이어받은 데다, 일본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본은행(BOJ)의 10월 금리 인상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스왑 시장이 예측하는 10월 금리 인상 확률은 10%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SMBC닛코증권의 오쿠무라 타카시 시니어 금리 전략가는 “일본은행이 정치권과의 소통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속에서 다카이치 씨가 총리가 되더라도 예산 편성이 난항을 겪을 수 있으며,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가 총리가 될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어 “내각 불신임안 제출이나 중의원 해산 총선거 가능성까지 의식되면서 금리에 프리미엄이 계속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15일로 예정된 20년 만기 국채 입찰에 대한 경계감으로 초장기채는 일부 매도세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