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조선 및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잇따라 ‘러브콜’을 받으며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바다에서는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를 두고 한국 조선업계가 유력 후보로 떠올랐고, 육지에서는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Waymo)가 현대자동차의 전기차를 대량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해양 방산과 미래 모빌리티 분야를 아우르는 한국 기업들의 광폭 행보가 주목된다.

“마치 미래에 와 있는 것 같다”… 캐나다 장관 홀린 K-조선

총사업비 60조 원에 달하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에서,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이 한국을 찾았다. 캐나다 정부의 국방 조달 정책을 총괄하는 퓨어 장관은 지난 4일 경기 판교에 위치한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를 방문해 한국 조선업계의 최첨단 기술력을 직접 점검했다.

앞서 2일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방문했던 퓨어 장관은 이날 HD현대의 R&D 심장부인 GRC를 찾아 장보고-Ⅲ 배치-Ⅰ(신채호함) 모형을 면밀히 살폈다. 특히 첨단 시설이 집약된 GRC 내부를 둘러본 그는 “오!”라는 탄성과 함께 “매우 놀랍다. 마치 미래에 온 듯한 느낌”이라며 한국의 건조 역량과 연구개발 환경에 찬사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은 한국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원팀’을 구성해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구도다. 이날 퓨어 장관은 GRC 디지털관제센터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이 개발한 AI 및 빅데이터 기반의 해양 데이터 솔루션 ‘오션와이즈’에 대한 브리핑을 청취했다. 캐나다 측 대표단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 선박을 모니터링하며 탄소 배출 규제를 충족하고 최적의 연비를 도출해내는 이 시스템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쏟아내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박용열 HD현대중공업 함정사업본부장은 “HD현대중공업은 캐나다 정부의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임을 강조하며, 세계 1위의 조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캐나다가 요구하는 잠수함 성능과 납기 준수, 산업 기반 강화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HD현대 측은 캐나다산 원유 수조 원어치를 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캐나다 측이 강조하는 ‘경제 기여도’ 측면에서도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웨이모, 현대차 아이오닉 5 5만 대 도입 추진… ‘로보택시’ 동맹 가시화

바다에서의 낭보에 이어 육지에서도 대규모 협력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 산하의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가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5를 차세대 로보택시로 낙점하고 대규모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관련 업계와 보도에 따르면, 웨이모는 2028년까지 약 25억 달러(한화 약 3조 3천억 원)를 투입해 현대차의 아이오닉 5 5만 대 이상을 구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는 대당 약 5만 달러 수준의 계약으로, 라이다(LiDAR)와 레이더 등 자율주행 장비 장착 비용은 제외된 순수 차량 구매 금액으로 추산된다. 웨이모는 이미 지난 2024년부터 현대차와 관련 협상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이 성사될 경우, 현대차는 재규어(I-Pace)와 지커(Zeekr)에 이어 웨이모에 차량을 공급하는 세 번째 제조사가 된다. 아이오닉 5는 63kWh 또는 84kWh 배터리를 탑재하고 20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한 우수한 급속 충전 성능을 갖춰, 가동률이 중요한 로보택시 운용에 최적화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규제 당국의 압박과 재정적 우려… 넘어야 할 산도 존재

한국 기업들의 선전과는 별개로, 발주처인 웨이모를 둘러싼 대외 환경은 다소 불확실한 상황이다. 최근 웨이모의 자율주행 차량이 학교 구역 인근에서 어린이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NHTSA는 현재 3,000대 이상의 웨이모 차량을 조사 대상에 올려둔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웨이모의 최고안전책임자(CSO)인 마우리시오 페냐 박사가 상원 청문회에서 필리핀에 거주하는 원격 직원들이 미국 내 자율주행 차량을 가이드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 안전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유명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최근 알파벳이 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추진하며 100년 만기 채권 등을 계획하는 것에 대해 경고를 보냈다. 그는 “이런 일은 1997년 모토로라 이후 처음이며, 당시가 모토로라 전성기의 마지막이었다”라고 꼬집으며 알파벳의 행보에 신중론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과 자동차라는 한국의 주력 산업이 최고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글로벌 방산 및 자율주행 시장에서 핵심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캐나다의 잠수함 프로젝트와 웨이모의 로보택시 사업이 최종 계약으로 이어져 한국 제조업의 위상을 다시 한번 드높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