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울프스피드(Wolfspeed)가 파산 절차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실리콘 카바이드(SiC) 시장의 유망주로 주목받았던 이 회사가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고려하게 된 배경에는 누적된 부채와 시장 불확실성이 있었다.
파산보호 신청 추진…채권자 다수 지지
현지시간 21일 복수 보도에 따르면, 울프스피드는 미국 파산법 제11장(Chapter 11)에 따라 파산보호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회사가 채무 상환을 유예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적 회생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절차다. 주요 채권자들이 이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자발적인 부채조정 협상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의 선택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결정은 산업 및 자동차 시장의 수요 부진, 무역 장벽으로 인한 불확실성 등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재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결과다. 이미 수년 전부터 지속되던 경영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오랜 기간 경고음…실적도 악화 일로
이번 사태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울프스피드의 생존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특히 회사 측이 2026년까지의 연간 매출 전망을 8억5000만 달러로 하향 조정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한참 밑도는 수치가 충격을 더했다.
2025년 1분기 실적에서도 2억8540만 달러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부채 규모는 자산을 크게 웃돌며, 영업 손실도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주가에 그대로 반영돼, 52주 최고가였던 27.21유로에서 2.77유로까지 급락했다.
구조조정 시도도 무산
울프스피드는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 5월 중순에는 글로벌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와의 채무조정 협상이 보도됐고, 재무 자문사 모엘리스(Moelis)를 구조조정 자문사로 선정하는 방안도 논의된 바 있다.
또한 후순위 채권자 및 신규 투자자를 통한 구제금융 확보 시도도 있었으나, 이들 역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5월 8일 발표된 2025년 3분기 실적에서는 매출이 전년 대비 7.6% 감소한 1억8540만 달러를 기록했고, 주당 순손실은 0.72달러에 달했다. 특히 핵심 생산기지인 모호크 밸리 팹(Mohawk Valley Fab)의 가동률 저하가 수익성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자금 유출도 심각했다. 분기 중 자유현금흐름은 –1억6800만 달러로 급감했다.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에도 불구, 반전 없었다
울프스피드는 이미 올해 말까지 텍사스 파머스 브랜치의 150mm 웨이퍼 생산시설 폐쇄와 더럼 공장의 가동 중단 등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전체 인력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대규모 인력 감축을 포함하며, 관련 비용만도 4억~4억5000만 달러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기 극복은 이뤄지지 않았다. 투자자들과 시장은 이제 파산보호 절차가 회사 재건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향후 전망: 생존 가능성은?
울프스피드는 지금까지 다양한 전략을 동원했으나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제 남은 것은 법원의 보호 아래에서의 구조조정이다. 실리콘 카바이드 분야의 핵심 기업이었던 울프스피드가 완전히 무너질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생존 전략을 찾을 수 있을지는 향후 몇 주 동안의 결정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