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어김없이 ‘황금 송이’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그 귀한 몸값은 예년 수준을 가볍게 뛰어넘고 있다. 강원도 양양에서 올해 첫 출하를 알린 송이버섯은 올여름 유난히 길고 가혹했던 폭염과 가뭄의 직격탄을 맞았다. 작황이 바닥을 치면서 첫 공판부터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28일 산림조합중앙회 자료를 보면, 전날 열린 양양 송이 공판에서 수매된 물량은 간신히 30.17kg을 넘겼다. 통상 하루 생산량이 30kg 이상일 때 첫 공판의 문이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년보다 일주일이나 지각 개장한 시장의 애타는 심리가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이날 1등품 1kg 낙찰가는 무려 113만 7700원을 찍으며 작년의 첫 공판가 기록인 111만 원을 거뜬히 넘어섰다. 1등품(1.53kg)만 비싼 것이 아니다. 2등품(1.91kg)도 75만 1100원, 생장정지품(4.95kg)과 개산품(3.11kg)도 각각 50만 원과 40만 원대를 호가했으며, 가장 하위 등급인 등외품(18.67kg)마저 30만 7700원에 거래됐다. 다른 지역 송이보다 수분이 적고 살이 단단해 특유의 깊은 향을 자랑하는 양양 송이는 2006년 산림청 지리적표시 임산물 1호로 지정된 명실상부한 최고급 식재료다. 작년 가을에도 작황 부진으로 1kg당 160만 원이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했던 만큼, 올해는 과연 그 한계선이 어디까지 치솟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후 위기가 밥상 물가를 위협하는 요즘, 이 향긋한 버섯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하나의 실물 자산처럼 움직이는 중이다.
태평양 건너 북미 대륙에서도 버섯을 둘러싼 공방이 한창이다. 한국의 송이버섯이 기후 변화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면, 캐나다산 양송이와 포토벨로 버섯은 미국발 무역 장벽에 정면으로 부딪혔다.
최근 미국 상무부가 캐나다산 신선 버섯에 대해 예비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국경을 넘나들던 대규모 버섯 무역에 급제동이 걸렸다. 발단은 작년 가을 미국 내 버섯 농가 로비 단체인 ‘신선 버섯 공정 무역 연합’이 트럼프 행정부에 낸 청원이었다. 캐나다 농가들이 판매세 면제 혜택을 받으며 불공정하게 보조금을 챙기고 있어 미국 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당장 5월 18일부터 캐나다산 버섯을 들여오는 미국 수입업자들은 예비율에 따른 현금 예치금을 울며 겨자 먹기로 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당연하게도 캐나다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라이언 코슬래그 캐나다 버섯 협회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 농부들 역시 비슷한 수준의 농업 세제 혜택을 받고 있는 마당에, 캐나다만 특혜를 받는다고 몰아가는 것은 심각한 오류”라며 억지스러움을 꼬집었다. 그저 평범한 농업 규칙에 따라 농사를 짓고 있을 뿐이라는 항변이다.
단순히 국경을 맞댄 농가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하기엔 주변 상황이 제법 험악하다. 이번 사태는 현재 미국이 캐나다 농업 부문을 겨냥해 진행 중인 유일한 대형 반덤핑 조사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미국 행정부가 캐나다산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에 25% 관세를 때리며 잔뜩 날을 세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얄궂게도 식탁에 흔히 오르는 버섯이 무역 전쟁의 최전선에 끌려나온 모양새다. 게다가 캐나다 역시 가만히 맞고만 있지는 않다. 온타리오에 이어 두 번째로 버섯 생산량이 많은 브리티시컬럼비아주로 수입되는 미국산 통감자에 대해 자체적인 반덤핑 조사를 벌이고 있어 양국의 신경전은 한층 날카로워졌다.
캐나다는 세계 8위의 버섯 생산국으로, 2024년 기준 산업 매출액만 7억 5천만 달러를 달성했다. 전체 생산량의 48%가량을 수출하는데, 그 종착지는 거의 전량 미국이다. 미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최종 판정이 남아있어, 실질적인 산업 피해가 입증되지 않으면 관세가 철회될 여지는 아직 열려있다. 그러나 오는 7월 1일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일몰 조항 연장 여부를 앞두고 벌어지는 이 팽팽한 기싸움은 단순한 통상 마찰 그 이상을 시사한다.
한국의 숲속에서 널뛰는 기온과 강수량에 억 단위의 돈이 오가는 양양 송이부터, 거대한 북미 무역 협정의 체스말이 되어버린 양송이까지. 축축한 흙 속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줄만 알았던 버섯은, 지금 가장 날 선 자본의 논리와 거대한 환경의 변화를 우리에게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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